엄교섭위원
용인 출신 엄교섭 위원입니다. 저는 오늘 교권보호전담관 운영 조례안을 심의하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교육청의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와 입법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교육청의 의회를 바라보는 그릇된 인식과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먼저 분명히 하겠습니다. 저는 교권보호전담관 제도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먼저 교권보호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는 교권보호전담관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근거와 기준, 역할과 권한, 매뉴얼과 예산까지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어떻게 했습니까? 제대로 된 매뉴얼과 제도 정비는 뒷전이고 전광석화처럼 교권보호전담관을 선발ㆍ배치하며 저돌적으로 무면허 운전을 질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이제 와서는 조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합니다. 더 웃긴 건 입법 또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추진하지도 못하면서 이제야 위원회에 와서 수습해 주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존경하는 동료 위원 여러분! 이것은 단순히 1개 사업의 추진 방식을 놓고 벌이는 의견 차이가 아닙니다. 의회를 바라보는 집행기관의 인식과 태도의 문제입니다. 경기도의회는 집행기관의 사업을 승인해 주는 거수기가 아닙니다. 경기도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기관의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헌법기관입니다. 그런데 의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사람을 뽑고 조직을 만들고 그다음에 의회에 와서 “이제 조례를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한다면 도대체 의회가 왜 존재해야 합니까? 본 위원은 이 점에서 깊은 자괴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교육감의 주요 정책입니다. 교육감의 공약이고 제대로 정착된다면 교육공동체의 안정과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는 크나큰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필요성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더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해서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정책이라고 해서 좋은 행정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정책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동료 위원 여러분! 최근 며칠 동안 저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본 조례안과 관련하여 우리 상임위가 알아서 판단하고 심의해야 할 이 사항이 의장단, 대표단까지 나서서 입법을 종용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집행기관도 의원들과 정책을 협의할 수 있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식적인 논의의 장이 어디에 있었냐 하는 점입니다. 상임위에서 우리 상임위 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을 의장단, 대표단이 협의하여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먼저 정리하고 정작 해당 정책을 심사해야 할 위원들에게는 뒤늦게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입법은 밀실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배석한 집행기관 관계공무원들에게 분명한 말씀을 전합니다. 의회는 교육청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의회는 집행부가 이미 결정한 정책을 추인하는 곳도 아닙니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도민을 대표하여 안건을 심사하고 책임지는 곳입니다. 본 위원은 교권보호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교권을 지키는 일이라면 저 역시 누구보다 앞장서겠습니다. 그러나 교권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의회의 권한과 절차를 가볍게 여기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동료 위원 여러분! 제가 오늘 회의에 참석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현재 진행형인 현장의 문제입니다. 조례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의회에서 입법 절차 하나가 빠져 있다는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선 현장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권보호전담관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그 권한과 활동의 근거를 둘러싸고 시비가 붙고 있고 현장에서 전담관의 활동이 정당한 것인지, 어디까지 권한이 있는 것인지, 어떤 근거로 학교와 교원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인지, 그 활동에 필요한 책임과 권한은 무엇인지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피해는 결국 현장에 있는 선생님과 전담관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교권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현장에서 그 권한을 둘러싸는 논란을 만들고 교권보호전담관이 정당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두고 시비가 붙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겠습니까? 저는 현장에서 일하는 전담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충분한 법적ㆍ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제도를 먼저 시행한 행정의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상정된 이 조례안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제라도 위원회가 주도하여 교권보호전담관 제도 운영 상황과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위원회안이 마련된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교권보호를 위한 정책에는 협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의회를 무시하는 행정에는 협력할 수 없습니다. 교권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의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경기교육을 혁신한다고 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뒤로 돌린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행정의 독주가 될 것입니다. 교육감께서 말씀하시는 벽깨기가 교육청과 의회 사이의 벽을 허물자는 뜻이라면 저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그 벽을 허무는 방법이 상임위를 패싱하고 건너뛰는 것이라면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교육청은 이 사태의 졸속 행정을 뼈아픈 반면교사로 삼아 환골탈태하십시오. 독선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경청하고 설명하며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책임 행정의 길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