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회 5분자유발언
김민수 의원 5분자유발언
부여군 출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김민수 의원입니다. 의원님들, 좀 지루하실 수도 있는데요, 의회 안에서 합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게 필리버스터 아니겠습니까? 소수당의 의견을 개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이해 좀 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본 의원은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에 대한 반대 토론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나 학생인권 조례 폐지 주장의 논거에 대한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를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 인권의 본질과 학생인권 조례의 두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의 요구에 충실할 것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학생 인권입니다. 인권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그래서 인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우리 의회의 기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인권 보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 장애인 인권, 아동 인권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까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인권 그 자체가 아니라 학생 인권이라는 기본 틀을 구성하는 목록입니다. ‘학생인권 조례로 위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습을 저해하는 학생들로 인한 교권과 학습권의 침해’, ‘왜곡된 가치관 조장’,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외면’ 등 모두 학생인권 조례의 폐해로 지적된 세 가지 목록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록을 바꾸면 됩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목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생 인권이라는 기본 틀 자체를 없애자는 것입니다.
이는 의회의 책무인 학생 인권 보호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를 않습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방의회가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어김 없이 등장하는 것이 지방의회 무용론입니다. 최근에 사회적인 분노를 일으키는 대형 스캔들이 터져서 지방의회의 무용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정부가 지방의회 폐지를 검토한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전부 모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국민 여론에 기대서 “맞아, 지방의회는 폐지해야 돼”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보수·진보를 떠나 “지방자치 말살, 풀뿌리 민주주의 파괴”라고 한목소리로 반대할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인가요? 아닙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가 너무 크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방의회 무용론을 학생인권 무용론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내용은 다르지만 가치와 무게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핵심 요소라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인권 조례 문제를 다루는 의회의 입장도 다르지 않아야 합니다. 크고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합리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설령 오늘 폐지가 결정된다고 해서 이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4에서는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학생 인권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입니다.
잠깐은 보류할 수 있어도 영원히 멈출 수는 없습니다. 머지않아 학생인권 조례 제정 요청이 들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논란을 또 겪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례를 폐지하는 것보다 제대로 개선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난여름, 온 국민의 마음을 저리게 했던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느 교사의 절망에 찬 눈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을 뿐이라는 선생님의 절규를 저는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눈빛과 절규가 이제 이 사회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으로 이 일을 처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그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학생 인권의 폐지가 아니라 개선을 통해서 학생의 인권과 함께 교권도 보호받는 것입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이념에 매달리지 말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보완해서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조례로 개정할 것을 간절하게 호소드립니다.
반대 토론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