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회 5분자유발언
이현주 의원 5분자유발언
안녕하십니까? 이현주 의원입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워야 될 결실의 계절에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가 사상 유례없이 컸습니다.
중앙재해대책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망·실종자가 130여명, 재산피해가 5조원 규모, 이재민이 1만2,000명이나 발생하였습니다. 그에 따라서 재해복구에 투입해야 할 예산규모도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형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것은 정부의 뒷북치기식 대책탓이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전 예방보다는 뒷수습에만 치중하다 보니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면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와 주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그만큼 예산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주민중심의 시각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체계적이고도 책임적인 시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주민중심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일이 행정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시행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오늘 구정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최병수 의장님과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추재엽 구청장님과 관계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구정에 관심을 가지고 구의회 본회의를 지켜보고 계시는 양천구민과 지역언론의 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의원은 얼마 전 양천구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팝업창을 발견하고 매우 반갑고도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2004년 우리구 예산편성 주민참여 및 의견접수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니 우리구에서는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의 일환으로 내년도 한해의 살림살이인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주민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며 우리구, 우리동에서 추진해야 할 숙원사업, 평소 불편을 느끼어 개선되었으면 하는 사항 등 지역발전을 위한 관심분야 등에 대해 의견을 올려주기 바란다, 주민 여러분의 참여로 살기좋고 풍요로운 우리 양천구를 만드는데 직접 동참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서는 주민들이 예산편성에 대해 알 수도 없었고 의견을 표명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예산편성을 앞두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인터넷을 통해 홍보를 하고 또 주민들이 편리하게 예산이 필요한 지역의 민원이나 숙원사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신 구청장님과 관계공무원 여러분께 먼저 주민을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모든 활동을 수치로 표시한 것이 예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의 편성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주민참여란 결국 어떤 분야, 어떤 사업에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예산이 소요되는 여러 가지 사업중에서 우선적으로 투입할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개발사업이나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나 환경분야에 예산을 사용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면 그러한 선택의 과정, 즉 예산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어떤 사업을 하기 전에 과연 그 사업이 주민들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도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많은 예산 낭비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관료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봅니다.
구청장님께 앞으로도 예산을 편성하는 데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의사가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본의원은 얼마 전 앞에 말씀드린 "2004년 예산편성 주민참여" 방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업계획을 알아보고자 기획예산과에서 이 사업과 관련된 계획서를 받아 보았습니다. 이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기존에는 예산을 편성할 때 해당부서에서 각종 사업에 대한 편성 요구를 하면 이를 심사한 후에 반영하였지만 이번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온 주민들의 의견을 해당 부서에서 검토하고 심사한 후에 반영하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견제출자에게는 예산편성이 모두 끝난 시기인 12월 20일 이후에 반영결과를 통보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말고는 해당부서 공무원에게 달려 있는데, 그런 식으로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리라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봅니다. 또한 추진일정을 보면 9월 5일 인터넷상에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홍보 및 의견접수 화면을 오픈하여서 10월 10일까지 모두 35일 동안 주민요구사항을 접수하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실제로는 9월 20일에야 첫 주민의견이 들어왔습니다. 왜 9월 5일부터 의견을 받는다고 잡아 놓았는데도 그로부터 15일이 지나서야 첫 의견이 들어 왔겠습니까? 구청장님께서는 그 이유를 밝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여기 들어오기 조금 전인 10월 2일 오후 1시 50분까지 모두 37건의 주민의견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아예 주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하지만 의견을 낸 주민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앞으로 마감까지는 8일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겨우 수십 명이 낸 의견을 가지고 예산편성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무엇보다 홍보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예산에 대한 의견을 내려면 먼저 2004년 예산의 주요골자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산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주민들이 내는 의견이 그렇게 건설적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점은 "주민의견을 받아보았는데도 별것 없더라" 하여 주민의 의견 듣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주민들이 낸 의견은 반드시 해당 부서에서 검토 심사한 뒤에야 반영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쌓고 있는 그 높고 두터운 벽을 넘을 수 있는 주민의견이 얼마나 될 지 매우 궁금합니다.
결국 주민의 시각보다는 공무원의 시각이 우선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예산편성에 주민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은 구두선에 그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하는 척만 하는 것과 제대로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인 것을 모르시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구청장님, 2004년 예산을 편성하는 데 주민의 의견을 받아 반영하겠다는 뉴스를 얼마나 많은 구민들이 접할 수 있게 하셨습니까?
인터넷을 통한 의견 접수였으니 인터넷을 통해서만 홍보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9월 5일부터 의견접수 사이트를 오픈하기는 한 것입니까? 또한 인터넷만이 아니라 더 많은 지역 언론매체나 양천구소식지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특히나 전 지역 구민에게 배포되는 양천구소식지 9월호에도 이 소식은 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 너무 많은 주민의견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까? 구청장님께서는 주민과 함께 하는 구정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하였습니다만 예산편성에의 주민참여제도를 일회적으로만 시행하거나 반영하는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양천구에서 예산편성에 대한 주민참여를 제도화할 용의는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행정에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주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고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을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중요한 기능을 달성하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형식화된 지방자치나 주민참여가 아니라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하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구청장님께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를 제도화하는 데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합니다.
구청장은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주민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주민참여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민의 예산참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일명 예산참여시민위원회를 두며, 이 위원회로 하여금 예산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집약하는 활동이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산에 대한 교육활동,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 주관하는 활동 등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주민의견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예산정책토론회는 매년 9월에 개최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예산정책토론회에서는 예산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사전설명회, 분야별 토론회, 총괄토론회 등으로 구분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며, 전 과정은 일반에게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구청장님과 관계공무원들은 그렇게까지 번잡하게 일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주민의견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괜시리 예산편성 과정까지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 시대착오적인 의식을 갖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청장님은 주민들의 표로써 선출되었으며, 주민들은 자신의 뜻을 구청장으로 하여금 실현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제도는 국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풀뿌리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훈련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와 같은 활동들은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주민복리의 증진과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게 주민참여를 통하여 지역주민에게 친근하며 지역실정에 맞는 행정을 확보하게 된다면 지역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행정관청과 시민사회가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청장님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하면서 이만 구정질문을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경청하여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청장 추재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