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회 5분자유발언
이차갑 의원 5분자유발언
친애하는 56만 강남구민 여러분! 2000년 새해들어 첫 번째로 열리는 제84회 임시회에 참석하신 방청객 여러분! 권문용 구청장을 비롯한 집행부 관계공무원과 동료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번 제84회 임시회는 예산안 재의요구에 대한 심사를 위해서 강남구청장의 집회요구에 의해 개의하였습니다마는 새해 벽두에 임시회를 개회하는 이유가 의회가 오랜 시간동안 신중한 토론과 연구 끝에 의결한 예산안이 단지 구청장이 추진하는 정책사업을 삭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안을 재심의해야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1,500여 관계공무원 여러분! 우리 모두는 이 땅에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한 이후로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수없이 되뇌인 원칙론이 있었습니다. 의회와 집행부는 지방자치제도의 양수레바퀴요, 상호 발전과 조화를 위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대원칙이 그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원칙론에 얼마만큼 충실하고 진솔했는지를 지난 세기에 이미 반성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그렇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우리 강남구의회는 살을 찢는 산고 끝에 생명을 잉태하는 산모가 아이를 가슴에 안고 기뻐하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2000년도 예산안의 모양새를 결정하였습니다. 일부 찬반의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다수결의 표결 원칙에 따라 의회 전체의 대외적인 의사표현을 결정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21일 예산안이 확정된 이후 구청장은 대 의회와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정책회의를 하면서 전 간부의 의회출입 금지를 내리는 동시에 전 간부들을 모아놓고 청사개보수에 반대를 주도한 의원과 찬성하는 의원의 차별화 대우를 공개, 비공개, 공적, 사적인 방법을 총동원하여 모든 방면에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강남구의회 개원 이후 최초로 집행부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정기회를 마쳐야 했던 안타까운 촌극이 벌어졌음은 물론 개보수에 반대하는 의원의 동을 중심으로 동장과 통장 심지어는 아파트 경비원을 통하여 예산안 심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주민들로부터 서명을 받도록 한 사실과 일반 사설지도 아닌 공론지인 까치소식의 전 지면을 대폭 늘리면서 의회가 마치 주민에게 해악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인 양 의회를 비판하는 기사들로 가득채워 주민에게 배포하고 구청, 동사무소, 보건소 등에 비치하게 하는 한편 동장을 앞세워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예산안 심의가 잘못되었다는 민원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유도하였으며 또한 일부의원의 생업과 의원활동에 치명타를 주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조직력과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압박을 가하는 등 참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구청장을 중심으로 관계공무원들에 의해 조치되었음을 우리는 목도하였습니다.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결정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집행기관의 수장과 관계공무원이 가동할 수 있는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이와 같은 일을 추진한 것에 대하여 심히 개탄스럽다고 말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1,500여 강남구 공무원 여러분!
역사와 진실의 속성은 거스르고 싶어도 아니 거스른다 하여도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입니다. 선출직 공무원에 대하여 직업공무원인 여러분은 직위와 권한의 여부를 막론하고 불합리하고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것은 반드시 노우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21세기는 확실한 것도 없고 불확실한 것도 없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무한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갖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다시 말해서 21세기 생존의 비결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자만이 공생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자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에 대하여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동료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유례가 없었고 지방자치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예산안의 재심의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56만 강남구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한치의 사심도 없이 재의된 예산안에 대하여 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 어떻게 하는 것이 주민을 위하는 길이고 무엇이 주민에게 득이 되며 우리에게 대표권을 위임해 준 구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방자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 라는 책임감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결정에 대한 판단은 훗날 우리의 후배들과 후손들 그리고 역사가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한치의 부끄러움과 후회 없는 56만 강남구민의 대표자로서 책임과 의무에 충실한 의원으로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의회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부탁을 드린다면 오늘 결정이 어떠한 내용으로 결정될지라도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의회는 의회대로 그 결정에 대하여 수용하는 자세로 그 동안에 있었던 과정에 대해서는 이해와 관용으로 서로를 끌어 안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마음과 자세를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바꾸어 나갈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하면서 개회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