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의회 5분자유발언
이경애 의원 5분자유발언
존경하는 완주군민 여러분, 김재천 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박성일 군수님과 공무원 및 관계자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경애 의원입니다. 삼례 후상리 철길 너머 마을에는 순자 이모가 삽니다.
순자 이모는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허리가 기역자로 완전히 굽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 쉬어간 날이 없을 정도로 순자 이모는 젊어서부터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해 뜨기 전에 들로 나가 호미질을 하고, 병든 홀어머니와 두 어린 동생을 돌보며 식당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하루가 다 끝났다고 했습니다. 세월은 흘러 병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동생들도 각자 가족을 꾸려 살아가고 있으니 이제 좀 편히 살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순자 이모에게 남은 건 읍내에 약을 타러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굳고 고통스러운 몸뚱이뿐입니다. 순자 이모는 대한민국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6.25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가족을 먹여 살리고 사회를 지탱하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마치 사냥을 끝낸 뒤 버림받은 사냥개처럼 외로운 노후를 보내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노인과 관련한 각종 지표는 이것이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비참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중위소득 50% 이하 노인비율이 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전체 자살률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1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년대비 노인 학대 증가, 실종신고 증가, 고독사 증가, 일일이 나열하기 고통스러울 정도입니다. 순자 이모처럼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불편하고 부양가족이 없는 이들은 어디에서도 관심 받지 못한 채 노을 지는 산을 바라보며 눈물만 짓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가장 고립된 취약계층도 노인, 특히 시설에 고립된 노인들이었습니다. 노인문제는 사회문제입니다. 핵가족을 넘어서서 해체에 이른 가족제도에 노인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더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고립되고 소외되어 가는 노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되, 우리 완주군 상황에 맞는 주택, 일자리, 의료 등 삶의 전반을 돌보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일 것입니다. 특히 본 의원이 관심 있는 분야는 공공의료입니다. 올해 추진하려다가 상위법에 막혀 결국 성사시키지는 못했습니다만, 아무리 전주, 익산 등 도시에 인접해 있다 해도 9만여 군민이 거주하는 땅에 응급실 하나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오늘날 소외되어 가는 노인문제를 비롯해 소멸위험에 다다른 농어촌 지역 문제의 현주소라고 본 의원은 생각합니다.
공공의료는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가장 절실하고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일상적 상황뿐만 아니라 코로나19처럼 앞으로 언제든 닥쳐올 수 있는 감염병을 치료하고 지역 확산을 막아줄 방파제 역할도 공공의료의 영역에서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거창한 담론이 아닙니다.
정책이 닿지 못하고 그늘지는 곳을 늘 살펴야 합니다. 순자 이모처럼 약국조차 갈 수 없이 아픈 이웃을 살피고 돌보며 같이 살아가는 완주군 공동체였으면 합니다. 동료 의원님을 비롯한 완주군 집행부에 공공의료 체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이상 5분 자유발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