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의회 5분자유발언
박진희 의원 5분자유발언
존경하는 충북도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박진희 의원입니다. 사이즈 270㎜, 왼쪽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오른쪽 한 짝만 남은 흰색 운동화, 세월과 함께 밑창이 산산이 부서진 이 운동화는 1987년 6월 9일 청년 이한열이 최류탄을 맞고 쓰러질 당시 신고 있던 유품입니다.
지난 2015년 그의 28주기를 맞아 사람들은 매우 특별한 추모를 기획합니다. 이한열 열사의 짝 잃은 운동화를 되살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복원된 운동화는 더 이상 ‘28년 전 청년 이한열이 신고 있던 삼화고무의 타이거 운동화’만은 아니었습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입니다. 부서지고 사라지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추모의 과정을 통해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는 6월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렸으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소중함 또한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어떤 추모는 이렇게 큰 시대적, 사회적, 역사적 소명을 갖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이처럼 매우 특별한 추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서사와 슬픔을 넘어 우리가 함께 온 정성과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추모, 그것이 반드시 소명이 되어야 하는 추모, 바로 오송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가로 6m, 세로 30㎝, ‘오송참사 희생자 기억의 길’이라고 쓰여진 알루미늄 현판은 지난 7월 3일 궁평2지하차도 양방향 진입로 상단에 설치될 예정이었습니다.
유가족과 충청북도가 6개월간의 협의를 거쳐 이미 현판 제작까지 완료된 상황이었지만 현판 설치는 결국 예정일 전날 갑자기 취소되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취소에 대한 충청북도의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로법」 제61조와 시행령 제55조에 따라 현판 설치는 충청북도가 결정하고 시행하면 될 일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답변도 이와 같았기에 별도의 유권해석이 왜 그렇게 갑자기, 그것도 현판 설치 전날에서야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누군가는 사고 현장에 추모 현판 하나 내거는 일이 며칠 늦어지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현판은 단순히 알루미늄 조각이 아닙니다.
지난 2년간 유가족들이 제안한 몇 가지 추모 형식을 거의 외면하다시피 한 충청북도가 유가족과 협의한 최초의 공식적인 추모 방식이었습니다. 그만큼 유가족들에게는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추모 현판이 설치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유가족의 마음은 지난 2년간 그래왔듯 또 한번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충청북도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화된 것일까 실낱같던 기대는 여지없이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충청북도는 현판 설치 연기에 대해 사전에 유가족들과 전혀 논의하지 않았고 설치 예정 불과 15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입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배려도 예의도 성의도 없었습니다.
희생자도 유가족도 생존자도 안중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충청북도에 있어서 오송 참사를 추모하는 일은 그저 행정의 일부이거나 연례행사일 뿐입니까? 우리가 오송 참사를 추모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함만이 아닙니다.
잊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그러했듯 추모 현판 설치를 비롯한 오송 참사의 모든 추모 과정은 소명을 갖습니다. 참사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진상의 규명,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바로 그 소명입니다.
오송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며 상징물로 형상화하는 모든 추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소명을 함께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오송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함께하겠습니다. 끝으로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