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회 발언
최재란 의원 발언
위원 순서가 조금 바뀐 것 같아서, 우리 공기환 위원님께서 염려하시는 부분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본위원이 이 조례를 제안하게 된 취지를 잠깐 설명 드리겠습니다. 근로 용어 일괄정비를 위한 일부개정조례안 심사에 앞서 제가 이 조례를 준비하게 된 의의나 목적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펴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이고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노동에 근면함을 더한 것을 근로라고 정의하고 있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실 언어에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뜻과 힘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단어 하나를 보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아까 제가 자료를 하나 드렸는데 잠깐 띄워주시겠습니까. (영상자료를 보며) (참조) 일자리경제과 조례 첨부자료(최재란 의원) (부록에 실음) 언론노출 빈도 그래프 표를 봐주시겠습니까.
보시는 바와 같이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1960년대 초까지는 노동자라는 표현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군사 쿠데타 이후 근로자라는 단어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단 말입니다. 1960년대 말 급격한 산업 발전과 함께 새로운 단어가 등장합니다.
산업전사, 수출역군 같은 단어들을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에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던 정부가 우리 아버지들의 그리고 노동자들의 어깨에 짊어지게 한 무게들입니다. 산업전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근면함과 성실함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는 국가경제 발전과 수출 촉진을 위해서 헌신적인 근로만이 조국 근대화와 나라를 위한 충성이라고 강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노동자가 아니라 그냥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해내는 그리고 성실한 근로자가 필요했던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근면의 기준을 노동자 본인이 아닌 사용자가 세운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단어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결국 1963년에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하면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지난 58년 동안 이름을 잊어버리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에 노동자하고 차이가 좀 있습니다. 노동자는 아까 과장님도 설명하셨지만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법 형식상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계약을 맺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우리가 근로조합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겁니다. 배부해 드린 조례를 보셨을 텐데 우리 양천구에 현재 324건의 조례가 있는데 그중에서 근로라는 용어를 포함한 조례가 13건으로 파악이 됩니다.
제가 본 조례를 준비하면서 확보한 법률 자문을 보면 정부부처 명칭에도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처럼 노동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근로부장관이 아닌 노동부장관인 점 그리고 근로라는 명칭이 일제강점기 식민 잔재용어로 청산 대상이라는 점 그리고 사전적으로 더 능동적인 의미가 담긴 노동으로의 명칭 변경이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있기 때문에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변경함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본 조례안의 핵심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한다는 개념이 내포된 근로를 사용자와 동등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일한다는 능동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개념의 노동으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본위원은 사실 이 조례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노동자라는 표현을 훨씬 오래 전부터 흔하게 사용했는데 시대적인 또는 당대의 필요에 따라 노동자와 근로자에 대한 단어 사용이 바뀌었다는, 그 빈도가 바뀌는 역사적인 배경이 굉장히 아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노동자의 존재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서 가치를 정립할 수 있도록 우리 위원님들께서 힘을 더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요. 위원님들이 우려하시는 바 충분히 고민하고 있고, 뜻을 같이 하셔서 원안대로 가결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리고, 가장 크게 염려하시는 상위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거, 법적인 검토를 충분히 마쳤다는 거, 그리고 이미 지자체에서, 아까 말씀하신 게 낙수 효과입니다.
상위법에서부터 내려오는 낙수 효과도 있지만 분수 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아래에서부터 밀어 올려서 결국 상위법이 개정될 수 있는, 개헌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본위원이 이 조례를 상정한 것이라는 걸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실 에피소드인데 얼마 전에 제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왜 전화를 주셨냐?”고 했더니, 사실 제가 이 조례를 앞두고 간담회를 가졌었습니다.
노동 관련 여러 센터나 관련자 분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 내용이 양천신문에 실렸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그분이 너무 감동하셨다고 해서 저도 몸 둘 바를 모르고 송구했는데 전화를 주신 핵심이 그거였어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언어나 단어에 담긴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 말씀이 그거였습니다. 일제잔재 중에 18번이라든가 땡깡이라든가 이런 의미가 나쁜 단어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잔재로 남아 있는데 이 근로라는 단어도 같은 의미로 해석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양천구의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 감명을 받았다, 라는 전화를 받고 굉장히 뿌듯하고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우리 주민들께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또 여러 노동관련 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조례이니만큼 우리 위원님들께서 깊이 상고해 주시고 원안대로 가결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