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회 5분자유발언
고경희 의원 5분자유발언
사랑하는 구로구민 여러분, 존경하는 김철수 의장님을 비롯한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구로구를 위해 밤낮 수고하시는 부구청장님과 공무원 여러분,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애쓰시는 언론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민의힘 고경희 의원입니다. 지난 6월 3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현수막은 거치고 선거 운동도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끝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법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행정은 어느 정당의 편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무원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번 사안에는 적용 기준도 명확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광고물 관리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전 선거와는 다르게 투표 참여 권유 현수막에 대해서 옥외광고물법을 적용하는 집행 기준을 제공했습니다.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것을 방지하고 도시 미관 및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투표 참여 권유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신고 절차를 거쳐 지정 게시시설에 설치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시정 명령과 신속한 정비 조치를 해야 합니다.
또한 옥외광고물법 제10조는 허가·신고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광고물에 대해 시장 등이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법 제10조의 2는 불법 현수막에 대해 행정대집행법상의 일반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는 불법 현수막을 정비할 수 있는 명확한 책임과 충분한 법적 권한이 이미 주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겪은 현실은 달랐습니다. 선거 기간 중 누구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메시지임을 알 수 있는 투표 참여 격려 현수막이 지정 게시시설이 아닌 구로구 여러 장소에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구로구청 사거리에도 이와 같은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고척동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투표 참여 권유 현수막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용을 확인한 즉시 구청에 연락하여 사전에 신고된 현수막인 건지 확인을 했습니다. 담당자는 사전에 신고 접수된 현수막은 없었다라고 답변했고, 해당 현수막을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다음 날 아무런 조치는 없었습니다. 다시 항의하자 이번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이유로 정비를 미뤘습니다.
그러던 중 구청 앞 사거리에도 투표 참여 권유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직접 구청을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불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내부적으로 다시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곧 저에게 연락을 해서 늦어도 다음 날 새벽까지 구로구 관내에 있는 현수막을 확인하고 철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많은 비가 내렸고, 저는 혹시라도 현수막을 확인하고 철거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 잠을 이루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에도 현수막은 그대로였습니다. 왜 철거되지 않는지 항의하자 담당 주무관은 말을 머뭇거리며 선거 관련하여 민감한 사항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담당 팀장 역시 민감한 사항으로 국장이나 부구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왜 민감한 사항인 건지, 법과 지침에 나와 있는 사항이 왜 민감한 것인지, 그렇다면 지금 구청은 법과 지침보다 정당의 이해관계가 우선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렇죠"라는 답변을 하며 서울시에서 받은 지침이 있으니 지침대로 하겠다, 보고하고 절차대로 내일 정도는 철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날 저는 서울시에서 받았다는 지침을 받으러 구청을 찾아갔습니다. 저에게 행정안전부에서 배포한 선거 광고물 관리 지침과 함께 투표 참여 권유 현수막에 대한 구청의 입장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곧 철거할 것이라는 말과 다르게 항상 지침을 반드시 지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설치해 왔었다, 정당의 이해관계가 있어 직접 철거하지 않고 각 정당으로 지침을 다시 전달했고, 정당에서 자진 철거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법보다 집권 여당의 이해관계가 우선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와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과연 공무원이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입니까, 이것이 과연 법치행정입니까? 결국 저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그 현수막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문제는 현수막이 아니라 행정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침과 법률은 분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눈치와 관행이 우선되었습니다.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도 정비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현수막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신뢰와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입니다. 저는 오늘 특정 정당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같은 일이 어느 정당에서 발생했어도 저는 똑같이 문제를 제기했을 것입니다.
행정은 어느 정당의 편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무원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법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구로구청은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왜 명백한 지침이 있었음에도 집행되지 않았는지, 왜 반복된 민원에도 조치하지 않았는지, 왜 법보다 정당의 이해관계가 우선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는지 구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이번 사안은 법적 권한이 없어서 철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의무입니다.
법보다 정치가 앞서는 행정은 결코 공정한 행정이 될 수 없습니다. 구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당의 편에 선 행정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공정하게 집행되는 행정입니다. 구로구가 정치보다 법을, 눈치보다 원칙을 선택하는 행정으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