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5분자유발언
강민숙 의원 5분자유발언
의원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강민숙 의원입니다.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4.3이 발생한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73년 동안 가장 슬픈 달인 4월의 달력을 넘기기 전에 꼭 짚어야 할 게 있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4.3 말기 무장대와 군 토벌대가 가장 치열하게 교전을 벌인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관음사입니다. 관음사는 4.3의 아픈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관음사 주변 무려 5만여 평의 밀림지대에는 무장대와 토벌대의 초소들, 군 숙영지 그리고 피난민들의 삶의 터전들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4.3 당시 군 토벌대에 의해 불타버린 아픈 상처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4.3의 비극이 남긴 깊은 상처가 7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짙은 솔 내음과 은은한 목탁 소리만 들릴 뿐 이곳이 4.3 유적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4.3 유적지로도, 나아가 등록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채 울창한 밀림 속에 묻혀가고 있습니다. 4.3의 비극과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4.3의 역사는 보호받지 못한 채 하나씩 지워져 가고 있습니다.
최근 관음사 일대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4.3의 아픔을 부모 세대로부터 생생히 전해 들은 본 의원조차 함께 간 전문가의 설명이 없었다면 이곳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그리고 토벌대를 피해 처참하게 생활했던 도민들의 피난처라고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4.3의 비극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적지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다면 본 의원의 자식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들은 단순히 이끼 낀 돌무더기로밖에 인식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4.3의 아픔이 서린 이곳은 역사에 남지도 못한 채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원희룡 지사님!
제주도가 제주 4.3 유적지를 보전하지 않으면서 4.3의 전국화, 4.3의 세계화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4.3 유적지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온전히 미래 세대에 남겨주는 게 우선이자 선행 과제입니다.
특히 관음사 일대 4.3 유적지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관련 연구 용역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제주도정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현재 4.3 유적지 중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수악주둔소 한 곳뿐입니다.
4.3의 비극, 나아가 평화와 상생으로 거듭나고 있는 제주의 역사를 후대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문화재 지정이 시급합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관음사 일대 4.3 유적지에 남아있는 당시 사람들의 흔적은 제주인들이 자연을 지혜롭게 이용하며 살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장대 초소는 무덤터 옆의 지형을 이용해 만들어졌고, 군 숙영지는 제주의 머들 ― 돌무더기 ― 을 쌓아 조성됐습니다. 적이 되어 격렬하게 싸우거나 혹은 이 비극의 틈 속에서 삶을 이어 나간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입니다.
관음사를 찾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4.3의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4.3의 역사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