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5분자유발언
강민숙 의원 5분자유발언
의원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좌남수 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강민숙 의원입니다.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 이는 우리 모두가 일생을 살면서 그 무엇보다도 원하는 일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 교류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며 자신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또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력에 있는 수많은 ‘무엇 무엇의 날’들 또한 그날 하루만큼은 그날이 제정된 이유에 대해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있는 것일 겁니다.
오늘 본 의원이 ‘기억’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오늘이 바로 호국영령의 달, 6월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71년 전 6월,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6.25전쟁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6.25전쟁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땅을 지켜낸 많은 분들의 용기와 희생정신 그리고 애국정신을 현충일을 통해 기억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 6일에 신산공원 6.25참전 기념탑 앞에선 기념식이 열렸고, 충혼묘지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원은 다소 감소했지만 참배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본 의원 또한 충혼묘지를 찾아 참배한 후 방문한 참배객들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가만 보니 어느 묘에는 어린 증손자까지 함께 온 가족이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으나 또 어느 묘에는 한두 명이 오나 마나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 의원이 참배한 묘 또한 자신의 손 없이, 자신의 형제의 후손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이 참배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묘의 주인공이 바로 17살에 참전한 학도병이기 때문입니다.
이 묘의 주인은 아버지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생 신분으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입대를 자원했으며 인천상륙작전에서 총을 맞아 쓰러진 모습을 보았다는 동료 학도병의 말만 전해질 뿐 시신조차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군사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6.25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 중의 하나인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되었으니 사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해낼 수 있는 가장 무모하지만 가장 용기 있는 마지막 행동을 행했다고 봅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숭고한 행위에 나이를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할지 모르나 어린 나이에 전사했기 때문에 자신의 후손조차 남기지 못해 기억에서 영원히 잊혀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전몰군경의 유족의 경우 보훈급여금 등의 지원을 받습니다. 학도병 참전용사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유족으로 선정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학도병으로 잃은 부모들 또한 일찍 운명을 달리하셨기에 그 혜택조차 얼마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매해 6월 전투에서 맹렬히 싸워 승리를 거둔 장군들과 장병은 별도로 유족들을 초청하는 추념식을 열어 기억하나 그 승리의 밑거름으로 목숨을 내던진 학도병들을 일부러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기억의 차별’입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학도병들에게 제대로 고마움을 갚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지역 6.25참전 국가유공자는 4306명입니다. 그분들 중 학도병으로 참전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 파악조차 미흡합니다.
살아있는 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념인 ‘제사’라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여기 계신 원희룡 지사님과 선배·동료 의원님 여러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 말입니다.
생명의 소멸은 다 같겠지만 어떤 죽음인가에 따라 기억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공부를 해야 하는 나이에 군사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자원해 나간 전투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학도병의 죽음을 더 기억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호국보훈의 시작은 기억입니다.
그 정책적 지원의 시작을 당부드리며 5분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